간결하게 핵심 말하기
간결하게 말하기
요즘 업무에 피로도가 왜 이렇게 높을까? 고민했을 때 여러 스트레스도 있지만, 요즘 체감하는 건 의사소통 비용인데 여기서 의사소통 비용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해석이다.
상대가 말하는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인데,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듯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런 뜻인가?”를 고민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지점이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냐?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동의한다. 하지만 모든 말을 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맥락과 주어, 목적어 등등이 생략되어 있고, 말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는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싶은 말들이 많다.
그래서 두괄식으로 요청하기, 문제가 뭐고 왜 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을 넣기 등 방법은 많은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가 날 때도 있다.
단순하게 “OO 해주세요.” 하면 되는 것들이 있다. 왜 해야 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이 된다거나, 설득이 필요 없는 것들임에도 장황하게 “이러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어서 이러이러한 것들을 못 하고 있는 어쩌구인데, 이것들이 의도인지”를 물어보고 끝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그래서 뭘 하고 싶다는 건지 알 수 없고, 의도인지 아닌지를 묻고 있으니 의사소통이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핑퐁이 또 오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야 하는 일들이 있지만, 요지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AI가 작성하고 정리한 글들의 문제도 너무 장황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알게 모르게 피로도를 올리고 결국 글을 읽지 않게 만든다. 글을 보고 핵심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글을 읽기도 싫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이 글도 다시 AI한테 복붙하여 “핵심이 뭔지 알려줘”라고 하게 되고, 그냥 단순하게 “OO 해주세요.” 하면 끝날 일이 여러 번의 핑퐁이 오가고 그만큼의 에너지와 시간이 든다는 것이다.
이런 대화가 지속되면 안 좋은 것이, 핵심 알맹이가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뭐 그런 것들이 텍스트로 전달되었을 때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은 안다.
어렸을 때 ‘거두절미’라는 사자성어를 사자성어 중 제일 좋아했는데,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고 그래서 그렇게 말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부족한 부분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다만, 그게 딱딱하고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준 적이 꽤나 있어서 거두절미를 잘하는 법을 연마하려고 했지만… 아직도 이 생각은 유효하고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아직도 부족해서 연습하는 부분이다.
요즘 하고 있는 기대정렬에서도 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거다. 말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장황하다는 것. 그래서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상대방은 제대로 알지 못할 거라는 것이다.
두괄식으로 말하기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것은 제일 앞에 위치한 요약, 결론만 읽고도 상대가 납득하고 넘어가야 하며, 뒤에 이어진 글은 정말 궁금하면 보시오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부분은 요약, 결론을 읽고 아래 본문을 안 읽을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고, 읽고 나면 요약과 결론이 왜 그렇게 작성된 건지 더 이해를 못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글이 된다.
구구절절 온갖 쿠션 문장들, 변명스러운 문장들은 다 배제하고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간결하게 말하는 게 단순히 말을 짧게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엇을 요청하는지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고, 그 이후의 맥락이나 설명은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도록 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간결하게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그래서 내가 상대방에게 뭘 전달하고 싶은 거지?”, “그래서 상대방이 뭘 해주면 되는 거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가장 앞에 둔다. “OO 해주세요.”가 핵심이면 그냥 “OO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이유가 필요하다면 그다음에 붙이면 되고, 배경이나 맥락이 필요하다면 그다음에 붙이면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과, 상대방이 알아야 하는 것을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전부 설명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더 잘 이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내용이 묻힐 수도 있다.
그래서 말하기 전에 한 번 걸러내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이걸 상대방이 정말 알아야 하나?” “이게 없으면 내 요청이나 결론을 이해할 수 없나?”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결국 뭐지?”
이 세 가지 정도만 생각해도 꽤 많이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상대방이 더 궁금해할 때 설명한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처음부터 모든 걸 설명하려고 하지 않고, 상대방이 질문하면 그때 필요한 맥락을 추가하는 것이다.
물론 항상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어떤 문제는 충분한 배경과 맥락을 공유해야 하고, 어떤 결정은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무조건 짧게 말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필요한 만큼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간결하게 말하기는 말을 짧게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엇을 요청하는지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의 맥락이나 설명은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도록 두는 것이다.
나도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말하고 싶은 것도 많고, 설명하고 싶은 것도 많고, 내가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를 전부 전달하고 싶어 하는 편이라 결국 말이 길어진다. 그래서 계속 연습하고 있는 부분이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연습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