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분기 회고

2023년 연말 개인 회고를 작성해야지 생각만하다 벌써 2024년 1분기가 지나갔다. 이렇게 된 김에 작년 회고 겸 1분기 회고를 하자.

2023년을 돌아보면

2023년은 대혼돈 그 자체였다. 지루했다고 느꼈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것들을 했고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그러다보니 번아웃이 찾아왔다. 회사에서는 기존 파이썬-장고로 구성되어있던 서버를 자바-스프링 기반으로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전 회사에서도 하나의 파트를 맡아서 설계하고 구현하고 했지만, 이미 잘 프로세스화가 되어 그저 주어진 일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고 책임도 파트장님이 확실히 해주셨기에 이번 마이그레이션은 부담감이 컸다.

그래들 설정 하나부터 열까지 결정하고 책임을 졌다. 인력이 충분치 않아서 도움을 받긴 했지만 거의 혼자하다보니 길고 지루하고 외로운 싸움이었다. 해야 할 양은 많지만, 결국은 이미 구현된 것들을 옮기는 작업이라 지루했고 이 작업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의 연속이었다. 이 지루한 싸움을 버티기 위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의미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마이그레이션과 동시에 잘 모르던 자바와 스프링을 공부했고 리팩터링도 수행했다. 아무도 몰라주는 누군가는 해야할 일을 했고, 걱정했던 것처럼 아무도 몰라줬다. 나는 그렇게 회사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 고생만 하고 상반기가 사라졌다.

이때쯤 회사와 개발자라는 것에 회의감이 들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많은 스터디를 했지만, 1년이 지나고나니 새로운 환기가 필요했다. 맹대표님이 운영하시는 스터디에 참여하며 새로운 머리 아픔을 맛보고, 고인물들의 경이로운 개발 지식들을 어깨 너머로 배웠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시작

말로만 해야되는데 다짐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코드숨의 도움으로 나를 포함한 백엔드 2명과 프론트 1명으로 구성된 팀의 리더를 맡았다. 좋은 팀이란 무엇일까? 늘 고민하면서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들을 팀에 적용했다. 칸반 보드도 도입하고 주간 스프린트, 회고 등 내가 꿈꾸던 다정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 이것 저것 시도했다. 벡엔드 엔지니어로써의 역할보다는 팀장, 기획자, 관리자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고 관심있던 기획이라는 것에도 더 흥미를 느꼈다. 대략 1년간의 프로젝트를 여러 우여곡절 끝에 배포도 하고 오늘부로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같이 프로젝트를 한 프론트 분은 취업을 하셨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혹시나 같이 하는 분들이 이걸 숙제로 여기고 짐처럼 여기면 어떡하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회의때 도움을 받았다는 글을 보고 안도했다.

마지막 메세지

정말 다정한? 좋은? 개발자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메세지를 받고 힘이 낫다.

소터디 그리고 스터디

1년간 운영하던 소터디를 2023년 12월 모던 자바 스터디를 마지막으로 다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여러 이유들로 조금씩 현타가 오고 번아웃이 왔다. 2024년이 된 이후로 여러번 다시 운영할 시도를 했지만 결국 지금까지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소터디뿐 아니라 그동안 일주일에 3~4개씩 하던 스터디를 전면 중단했다. 번아웃도 오고 무엇에 이렇게 힘이 든 것일까? 생각해보니 목표를 바라고 계속 전력질주를 했는데, 번번히 골 지점에 도착했을 때 내가 바라던 모습은 없었다. 바라던 모습에 나의 모습도 있었고, 회사, 동료 등 여러가지들이 있다. 너무 이상만 쫒았나? 너무 큰 걸 바란게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무얼 위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1분기는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보자라는 결심이 섰다.

그래서 1분기는 무얼했는가?

일단 회사 일을 적당히 열심히 했다. 작년 재작년에는 야근을 밥먹듯했다. 이사간 이후로 야근을 안했다. 이사가 큰 이유라기 보단 이사는 생각만 하던 것을 실행하게 된 계기일 뿐이다. 주어진 업무 시간에 쵀대한 효율적으로 일하고 필수 근무 시간 외에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7시에 출근하여 4시에 퇴근하는 일상을 지금까지 유지 중이고 아주 만족하고 있다. 인간이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작년 하반기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팀에 목소리를 냈고, 좀 더 내가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변했다. 그 전과도 비슷했지만 달라진 것은 공식적으로 내가 설계하고 기확하고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에도 하라면 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블락이 많았고 인정이 없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하고 점점 서비스에 여러 기능이 생기고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운동도 시작했다.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크로스핏의 장점은 개인 능력치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하고 그 목표에 상관없이 같이 운동한 모든 이들이 잘했노라 수고했다 격려해주는 것이다. 누군가 좀 느려도 약해도 잘하고 있노라고 옆에서 응원해준다. 그 응원이 포기하려는 마음을 이겨내고 목표치까지 힘을 내 완수하도록 한다. 운동을 시작한 뒤 보기 좋아졌다고 밝아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요즘 세상이 더 살기 팍팍하다고 느끼는 것은 리뷰, 평가 등이 생기며 서로에게 더 각박해졌다. 칭찬과 인정에 인색해지고 비판과 비난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그저 경쟁뿐인 사회가 되어버렸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건, 결국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SNS가 갈수록 활발해지는 것도 다 그런 특성이 아닐까?

남은 분기 목표?

2024년은 작은 목표를 설정해 작은 목표들을 하나씩 수행해가며 나를 돌보는 해가 될 것이다. 또 새로운 도전들을 많이 해봐야겠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자!

다시 중단했던 공부를 슬슬 시작해야겠다. 새로운 언어(코틀린)도 공부하고, 백엔드 엔지니어링 역시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새로운 영역이자 관심이 높은 데이터 엔지니어링 쪽도 공부를 해야겠다. 앞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는 무엇인지, 내가 개발자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게 아니라면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고민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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